드디어 나도 스승이 생겼다. 같은 사무실을 쓰는 그리고 우리 회사가 주체로 있는 컨소시엄의 소속사 강XX 대표님이 그 주인공.
어제 내 스승이 되어달라고 고백해버렸다. 그렇지 않으면 난 이미 면접까지 붙어놓은 대기업으로 갈 것이라고까지 협박했다. 사실 날 놓지 말아달라는 절규에 가깝긴 했다만 아마도 날 불쌍히 여기는 그리고 그 특유의 savior가 되고자 하는 강대표님의 천성이 크게 작용했으리. (그리고 그라면 아마 내 비명을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장인의 문하생이 되었다. 다행히 나는 지금이 나에겐 절체절명의 순간임을 인지해버렸고, 그래서 지금 정말 많은 것들을 바꾸고 배울 준비를 하고있다.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내 자신을 재정비하고있자니 아직 고치지 못한 내 고질병이 생각났다. 그 놈의 성질급함. 예컨대 강약조절에 포인트를 두고 천천히 잽을 던지며 중요한 순간에 훅을 쑤셔넣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별 필요없는 잽에 힘을 다 쓰고 정작 중요한 훅은 제대로 못 넣는 그 모습이 너무 싫었다. 그래선가 steady한 사람들을 보면 정말 부럽더군.
내 스승이 된 강대표님이 멋진 점은 카이스트 출신이어서가 이니다. 맥킨지앤컴퍼니의 컨설턴트 출신이어서도 아니고, 유력 오픈소스들의 커미터여서도 아니다.
그는 너무 많은 것들을 너무 깊숙하게 알고있다. 한 단어의 어원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 어원의 어원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한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 할때면 그의 주변인물에 대해서까지 훤하다. 하다 못해 마일스톤의 기원에 대해서 이야기할때면.. 그것은 로마의 유산이라는 것과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로마의 하도급계약에 관해서까지 이야기한다.
지난 주 을지로 근처에서였던가? 불알친구 우창이와 현승이커플과 넷이서 술 한잔 하다가 현승커플이 다녀온 요시고 사진전의 대한 얘기가 나왔다. 특히 색감이 정말 이뻤더랬다. 그래서 다음에 요시고 작품을 볼 때는 색감 말고 다른 것들에 집중해보라고 일러주었다. 이를테면 파도의 모서리와 해변의 끝이 만나는 선과 선의 충돌이라던가 사람 발 끝에서부터 모래사장에 스며든 짙은 그림자가 이어지며 만들어지는, 그러니까 말하자면 서로 다른 디멘션이 컴바인되는 미학에 대해서 느껴보라고 말이다.
1년 전 입사 직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겠지.
르크루제의 컬러풀한 플레이트를 좋아하지만서도 가끔은 덴비 에스프레소잔의 B&W가 주는 심오함. 그리고 그 계조에 집중해 감동할 수 있다는데에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