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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탓과 유당불내의 이해관계ME_BUILDING 2022. 10. 2. 19:40
동선동 카페 스파츠, 오밤중 산책하다가 지나쳤던것 같기도.. 성북구 주민이 된지 세달이 넘었다.
태초부터 나는 내가 아는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산 사람인데,
그럼에도 근래에는 그런 병신같은 면모가 그나마 없어졌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래서인지 성북구의 다른 동네는 몰라도 내가 사는 동선동 근처만큼은 이제 좀 잘 안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나다니면서 힐끗힐끗 쳐다보던 뒷골목은 여전히 궁금해하면서도 말이다.
의미없는 배달음식들과 과소비로 가득찬 세달간의 독신생활이었다.
대학을 가지않아도 성공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하던 고작 희망이 유일한 전략이었던
쓰레기같은 소년시절을 보낸 고졸청년치고는 정말 운 좋게도 꽤 높은 연봉을 받는것이
그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던데에 크게 작용했으리.
걸어서 30~40분이면 성북천을 통해 청계천으로 갈 수 있는 것을 얼마전에 알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천에서 올라와 도로변을 따라서 돌아왔는데 이상하게 동네가 너무 이쁘더랬다.
뭐 대단한게 있던건 아니었고 난 항상 하천을 따라서 걸을줄만 알았지 그 천을 따라 존재하는 동네들이 어떨지 궁금해서
하천 밖으로 나와걸었던 내 용기가 가상해서 더 이뻐보였던게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대소사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냥 있는대로 보고 듣고 느끼고 노력하려고하는데 나름 재밌달까.
난 평생을 게을렀던 부모님 탓만을 하면서 지금 내가 사는 나의 현실이 내 잘못임을 인정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내가 이런 태만과 오만을 적절히 곁들인 생활을 사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세상의 이치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그런 식의 방어기제(호로자식st)를 활용해가며 자괴감에서 벗어나곤 했던 나였다.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 지나지않아 조금 더 내 인생에 대해 곱씹어보았는데,
그 방어기제의 전제마저도 내가 틀렸다는걸 깨닫고는 정말 크게 슬펐다.
이 날은 혼자 소주 4병을 넘게 마셨다. 미친놈인셈이다. 집에서 혼자 소주 들이키며 보던 영화 혹은 드라마? 아무튼 어디선가 주인공이 시리얼을 먹는 장면을 보았다.
엄마에게 게으르다고 소리를 쳐가며 호로자식임을 자처했던 나였는데,
그 장면을 본 순간.. 세상에 나는 시리얼이 어떤 맛인줄도 모르는 28세 청년이었던 것이다.
그 날 밤은 정말 한없이 울었다.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님에게 게으르다고 소리치는 사람임에도 평생 아침식사를 굶어본적이 거의 없는,
게다가 아침식사로는 보통 엄마가 차려준 고기밥상 등을 먹고 자란 내가 어찌 엄마에게 그 따위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엄마는 내가 갓난아기일때 모유를 먹여본적이 없다고했다. 내가 토범벅 혹은 똥범벅이 돼도 잘 치우지 못하고.
그런 이유로 내가 유당불내증을 갖고있고 엄마를 닮아 비위가 약한 것이겠지.
엄마와 똑같이 목 왼쪽에 큰 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인셈.
유당불내증을 갖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피자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식의 넌센스함이 너무 좋다. 그래야 내 인생이겠거니한다.
어찌됐건 새로 발견한 카페는 멋졌고 나는 또 기분이 좋아졌으며 재발견이라는것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니 동네를 그렇게나 걸어다녔는데도 모르는 곳이 남아있더란말인가? 심지어 내가 자주 다니던 길가였는데도?
다음에는 행복에 관해서 써보려고한다.
되도록 간결하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가혹하게 굴지 않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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