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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있으면 죽는 세상에서 나는 어디로 흘러가는가감정의쓰레기통 2023. 6. 1. 18:08
자의식 삭제에 가까운 요즘 나는 어디로 가는가? 고인물이라는 단어가 쌉고수를 뜻하는 세상에서 멈춰있으면 죽는다는 다소 살벌한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다.
사실 별다른 생각 없이(혹은 없는 듯이) 살고 있는 요즘이다.
물론 소파에 누워서 이번에 발표한 한국은행의 3번째 기준금리 동결 확정이 앞으로 내 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정도의 고민이라든지 혹은 내가 다시 사진업계 혹은 영상업계로 돌아간다면 지면 광고가 사라질 것 같은 미래와 OTT의 미디어 점령전이라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미래를 설계해야할지에 대한 고민 정도는 충분히 하고있다.
평범한 영화가 중후반부에 굉장히 행복한 장면들이 나온다면 직후에 커다란 위협이 나온다는 것쯤은 아류작들을 많이 봐와서 그런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내 인생에서 별다른 위협 없이 행복감을 느끼면 마냥 행복해하긴커녕 무슨 사건이 또 하나 터질 때가 됐구나 싶다.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어도 더 혼자 있고 싶은 이 마음은 무엇인지,
해야 할 일 하나 없어 한가하지만 어째서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을까.
평화로운 곳을 좋아한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인가? 어릴 때부터 애어른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듣곤 했다. 어릴 적엔 그게 좋은 말인 줄 알고 내심 어깨를 으쓱거리곤 했는데 이제와 돌이켜보니 슬픈 말이더군. 나에게 그 말을 해줬던 어른들은 그것이 슬픈 것인줄 알고 했을까 하며 글을 쓰는 지금 궁금해하고 있다.
붓다란 석가모니 한 사람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란다.
진리를 인식하는 깨달음의 지혜를 얻은 모든 이들을 그렇게 부른다는데
붓다가 되고 싶은 모태신앙 크리스챤은 얼마나 슬픈가.
반야심경의 몇몇 구절을 읽으면서 너무 위로받았다.
나 자신이 안타까웠고, 내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2, 3년 전에는 본받고 싶었던 멋진 형 누나들의 그릇들이 이제는 왜 이리 작아 보이는지
세상이 얄궂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많이 자란 건지
이따금 담기 싫은 사람들을 보면 내가 자란 건 또 아닌 것 같고.
애어른 같던 어린이는 커서 주변 형님, 누님들에게 “넌 너무 생각이 많아”라는 말을 자주 듣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네, 잡생각 좀 떨쳐야 하는데..”라고 대꾸하던 나는 사실 그게 그렇게 나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물론 너무 많아서 탈이지만..
세상에 남들보다 위에 있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을까?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그렇게 보인다는 것을 과연 모를까?
요즘 어른들은 그릇이 작다.
딱 요즘 애들이 버릇 없는 만큼만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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