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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라는 단어만큼 영리 목적인 말은 없어카테고리 없음 2024. 2. 15. 00:37
저는 산을 안 좋아하는데요? 직장동료로부터 소개 받은 프로젝트를 착수했던건 순전히 돈 때문이었다.
내가 개발해야하는 플랫폼의 정체는 후원 관련 플랫폼이었고 높은 수임 단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높았던 단가에 일단 한다고 하고 나서야 그 정체를 알았더라지.
살면서 꼭 해보고싶었던 NGO NPO 플랫폼 개발인데 심지어 돈까지 많이 받는단다.
여기에 솔직히 고백하건대 주변에 의로운 일을 한다고 나불거리고 다녔다만, 순전히 돈 때문에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렇다고한들 무언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단지 많은 급여였을 뿐이다.
입금 되는 날이면 기분이 좋기는 커녕, 되려 내가 무슨 선민인 것 마냥 후원플랫폼을 개발한다며
자랑하고 다니는 내 행실과 벌이가 상충해 정신적으로 괴롭기만 했다.
2024년, 드디어 서른살이 되었다. 코드 쓰는 실력도, 글 쓰는 실력도 전보다는 많이 늘었다싶다.
호흡도 전보다는 잘 가다듬는 편. 글을 써도 형용사와 부사는 절제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문제는 쓰질 않는 다는 것에 있다.
글을 잘 써야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된건지 아니면 살다보니 지친건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써지지 않았다.
변명하자면 시도조차도 안 한것은 아니다. 쓰다가 만 것들은 많았다. 다만 감성을 잃었을 뿐이다.
짧고도 길었던 30년을 살아보니 강해지기 위해 혹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무례해지기를 선택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사실 그것도 그들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이겠거니... 쯤으로 생각하며 그들에게 호되게 당한 내 자신을 위로하곤 한다.
맞다. 그냥 무례한 사람들에게 기분 나쁜 말을 많이 듣고 기분 나빠서 끄적인 몇 마디일 뿐이다.
그리고 마치 나는 남에게 상처를 준 적이 없다는 식으로 썼다만 없을 리가…
외모지상주의와 SNS가 사람들의 정신을 갉아먹는 이 세상에서 나만큼이나 욕을 많이 하는 사람은 정말이지 흔치는 않을 것 같다.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필터 속에 숨어드는 것이 당연하고 남에게 애정과 인정을 구걸하는 이 세상에 지쳤다.
어쩌면 아무리 부정하고 부정해도 대중의 추세를 신경 쓰는 내가 싫고 외모지상주의 세계에서 참패 해버린 내가 싫은 것이다.
그렇다고 시니컬한 내 자신이 싫지는 않다.
다만 쇼생크탈출에서 나오는 희망은 좋은 것이라는 대사에 극히 공감하면서도
결국은 냉소주의자가 되어버리는 내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을뿐이다.
냉소주의자치고는 자선사업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싫었던만큼이나,
아니면 후원 관련 플랫폼을 개발하고싶었던 마음만큼이나 세상에 도움이 되고싶었다.
마치 생활코딩의 이고잉 선생처럼, 영리목적은 완전히 빼버리고서 순수히 세상에 대한 기여만을 바라며 살고 싶다.
사람들은 위로가 필요하니까.